
늑구 때문에 팀명 한화이글스에서 한화울브스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님?
대전 둔산동 한복판. 대형 전광판에 뜬 문구를 보고 외지인들은 다 멈춰 선다.
"늑구야, 돌아와서 고마워"
…늑구가 누군데?
9일간의 도주극
지난 8일, 동물원에서 늑대 한 마리가 사라졌다.
이름은 늑구. 형제 9마리 중 막내라 '9'에서 따왔다. (작명 센스 미쳤다)
대전 시민들 입장에선 황당했을 거다. 출근길에 늑대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닌가. 근데 웃긴 게,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이 늑구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밥은 먹었을까" "어디서 자고 있을까" "제발 차에 치이지만 마라"
탈주범한테 이렇게까지 정 주는 거 처음 봤다.
그러다 누가 농담을 하나 던졌다
"늑구도 돌아왔으니 이제 한화 불펜 제구만 돌아오면 되겠다ㅋㅋㅋ"
야구 팬들 사이에선 그냥 자조였다. 한화 불펜 제구가 돌아온다고? 그게 늑대 잡히는 것보다 어려운 일인데.
근데 17일 새벽 0시 44분. 늑구가 잡혔다.
그리고 그날 밤, 한화가 롯데를 잡았다.
…응?
시장이 직접 인증
이쯤 되면 그냥 우연인데, 시장이 가만히 있질 않았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SNS에 올린 글:
"늑구가 돌아오니 축구, 야구 모두 승리했네~"
시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진짜로 믿게 되잖아요…
댓글창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 "팀명 한화울브스로 바꿉시다"
- "늑구는 대전의 승리 요정"
- "꿈돌이 다음은 늑구입니다 시장님"
늑구는 지금 뭐 하고 있냐면
격리실에서 소고기랑 생닭 650g을 원샷했다.
9일 동안 야생에서 굴러서 3kg 빠졌는데, 들어오자마자 폭식. 동물원에서는 "소 내장 같은 고영양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늑구야 너 지금 호텔 온 거야…
탈출 도중에 다른 동물들이랑 접촉했을 수도 있어서 진드기랑 바이러스 검사도 한다고 한다. 9일치 건강검진 풀코스다.
곧 부모·형제 있는 무리로 돌려보낼 예정이다. (가족 상봉 ㅠㅠ)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대전 시민들 머릿속엔 지금 딴 생각이 있다.
"늑구가 무리로 돌아가면… 한화 다시 지는 거 아냐?"
웃을 일이 아니다. 한화 팬들 표정 진지하다. 누구는 벌써 "늑구를 평생 격리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한다. (늑구 인권... 아니 늑권은요)
아무튼 오늘도 대전 어딘가에선 누군가 빌고 있을 거다.
"늑구야 제발 거기 있어줘. 우리 가을야구 가야 돼."